Take 0 ('04.2.27~'08.11)/冊 (책)

낙하하는 저녁 - 에쿠니 가오리 作 (20060118)

에메랄드파도 2009. 1. 4. 23:00

낙하하는 저녁 - 에쿠니 가오리 作

한 남자와 인생을 공유할 때의, 흔해빠진 일상에서 길어 올리는 행복, 믿지 못할 기적 같은 순간의 축적. 

예를 들면 겨울 아침, 다케오 옆에서 당연한 일이듯 눈을 뜨는 것. 차가운 발을, 건장하고 따스한 생명력에 넘치는 다케오의 발에 휘감을 때의 안심감. 뿌연 유리창.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몇 분.
 
예를 들면 역에서 거는 전화.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다케오의 목소리. 드러누워 열심히 추리 소설을 일고 있던 나는, 그 순간, 모든 것을 떠울린다. 만남에서 그때까지의 모든 것을.

예를 들면 일요일 낮의 섹스. 신나게 늦잠을 자고 깼다가 몇 번이나 권태로운 섹스를 하고 그대로 잠들어버린다. 다시 눈을 뜨면 저녁이고, 둘 다 배가 고파 어쩔 줄 모른다. 그래서 동네 메밀국수 집에 간다. 선반 위에 놓인 텔레비전, 얇게 먼지 낀 복인형, 턱을 괴고 있는 다케오의 소매 끝이 닳은 가죽 점퍼, 따끈따끈한 메밀국수 삶은 물.

그런 것들을 당연하게 여길 수 있는, 넉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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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그가 말했다.

평범하게 살면서 행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건지 아냐고? 그게 그렇게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살고 싶다고 꼭 평범하게 행복할거라고

 

그때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전혀 특별하지도 않고, 환타스틱 하지도 않며, 로맨틱하지도 않으면서 행복할 수 있다는 걸, 그런 것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여 부를 수 있다는 걸.

 

지금도 온전하게 동의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럴 수 있다는, 전혀 로맨틱하지 않은, 아주 흔해빠진 일상의 순간에서 사랑을 확인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아니, 오히려 그렇게 확인하는 행복이, 그 말처럼, 그렇게도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이제는 인정하게 됐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지 모르겠다. , 그렇게 어렵기에 소중하다는 것도

 

 

이런 저런 잡설을 늘어놓으며 말했지만.

어쩌면 그게 그렇게 어려웠기에, 쉬운 게 아니였기에 싫었나보다.

그러나 쉽다고 생각한, 원했던 방법으로도 여전히 행복해지는 길을 찾지는 못했다. 어쩌면 애시당초 방법이 틀린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