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개' - 김훈 作
김훈씨의 소설은 처음 읽었다.
음.. 뭐랄까.. 잘 쓰는 글은 이런게 있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좋은 글은 술술 읽혀야한다. 힘들이지 않고, 어느 단어가 어떤 단어를 수식하는 것인지 고민하지 않아도 명확하게 들어나는 글이 좋다.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잘 모를수록, 불분명할수록 문장은 모호해진다.
사실은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은 언제나 모호하다..^^ 그래도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아니까 그게 어디야..
어찌되었든, 번역서나 빙글빙글 꼬아 놓은 글만 보다가 편안하게 읽혀지는 글을 보니 글쓰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소설은 버려진 진돗개 '보리'의 이야기.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보리를 통해 인간이, 문명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가 되돌아 보게 한다.
간헐적으로 하는 생각이지만 사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참 어렵기도 하고, 나이를 먹을 수록, 세상에 물들어 갈수록 이율배반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저런 논리로, 또는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짐짓 모르는 척 옳지 않은 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그게 철드는 것이라고 배워가기도 하면서...
차라리 보리처럼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이제 너무 싫은 꼴을 많이 봐서 그런가..
보리가 하는 짓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집나간 흰돌이 생각이 난다. 진돗개라는 녀석이 집도 못 찾아오고 말이야..^^
이상하게 진돗개는 다른 개들과는 좀 다른 느낌이 든다. 너무 영악해서인지 개를 키운다는 생각보다는 어린 아이를 키우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단둘이 있어도 무슨 인생에 동반자와 함께 있는 듯한 든든함까지도 가끔 느껴지는.. - 개에 너무 감정이입을 했나?
집나간 흰돌이는 손님이 와서 집앞에 묶어놓게 되면 묶여 있는다. 처음에는 묶여있지 않았다. 묶었는데, 어떻게 풀렀는지 지가 푸르고 돌아다녔다. 그러면 다시 잡아다가 묶고 했다. 그런데 나이를 좀 먹더니 묶으면 가만히 있었다. 단, 손님이 가도 묶어놓으면 컹컹 짓거나 지가 푸르고 돌아다닌다.
그래서 언제부턴가는 아예 묶지 않고 말을 했다. '집에 들어가라. 손님 나오신다.' 그러면 알아서, 딱 줄이 묶였을때 움직일수있는 곳에서 벗어나지 않고 앉아 있었다.
가끔은 녀석이 참 보고 싶다. 요즘 같으면 좀더 함께 놀아줄 수 있었을텐데..
그래서 녀석은 좀더 자유롭게 됐을 거라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