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령작가입니다 - 김연수 作
블로그에 글을 남긴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그 중에 내게 중요한 건 내 기록을 남긴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요즘에는 쉽지가 않다. 마음이 불편해서인지, 기억이 나빠져서인지 블로그에 글을 남기는 것을 제쳐놓을 때가 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도, 책을 읽고도, 음악을 듣고도 넘어간다. 물론 영화는 극장에서 보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는 까닭에, 음악은 옛날 것을 다시 꺼내 듣는 까닭에 그러기도 하지만 책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 데도 넘어간다. - 책도 가끔 전자북이라는 것을 통해서 보기도 한다. 책장 넘기는 맛이 없는 관계로, 책을 보고도 본 것 같지 않아 개운하지 않은 단점이 있지만 소장가치가 없는 유행서적은 이렇게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없다. 책이란 녀석이 아무리 쓰레기 같더라도 일단 책장에 꽂고나면 꺼내서 버린다는게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책을 왜 버리냐? 할지도 모르지만 가끔은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버리고 싶은 책도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버리고 싶은 책은 계속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가능성이 있는 책은 아예 책장에 두지 않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
서론이 길어졌는데...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는 오랜만에 보는 동안에 읽고 나면 블로그에 남겨둬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김연수 작가의 글을 나름 좋아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이전에는 모르던 매력들이 보이는 소설집이다.
마치 신경숙 작가를 딸기밭을 기점으로 다시 보게 된 것처럼.. 김연수 작가도 유령작가를 기준으로 다시 볼 듯하다.
그러니까 그런거다. 주변사람이 말하는 그 작가의 장점, 혹은 단점 다 인정하고 대략 동의를 한다, 근데 나와는 그리 잘 맞지 않네.. 하던 것이 어라~~ 이것봐라.. 하게 됐다는 말이다.
김연수 작가는 그 정도가 심한데, 조만간 집을 굴러다니는 이전의 책들을 다 다시 봐야할 듯하다.
이번 소설집을 보면서는 몇몇 작품은 너무 인상적이어서 그 이야기를 놓고 두고두고 종종 깊은 생각에 빠지곤 했다. 작가가 말해준 이전의, 혹은 이후의 '그', 혹은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또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상상으로...
때론 나와 너무나 비슷한 '나'를 만나는 즐거움과 놀라움에 뛰는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단편 하나를 읽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파란 해변의 파라솔 아래 누워 떠가는 구름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찌나 행복한지... 그때는 구름이 '나'가 되어 내게 말을 하기도 하고, '그'가 오르던 산을 만들어 보여주기도 한다.
아, 다시 가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