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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영화를 보러갔다

1724 기방난동사건 - 여균동 감독

그 시절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90년대 '세상밖으로'라는 영화를 통해 욕으로만 2시간을 채워도 재미가 있기도 하다는 걸 보여줬던 여균동 감독이 한동안 '이건 뭥미?'하는 영화만 찍다가 오랜만에 뭔가 하려는가보네.. 하는 기대를 하게 했던 영화.

사실 '세상밖으로'는 내게는 참 중요한 영화다.

영화라는 것도 결국 국가나 민족적인 정서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했던 영화이기도 했고, 그런 이유로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을 더욱 많이 가지게 하기도 했다.
어떻게 그 시절의 대한민국을 살아보지 않고 2시간동안 이어지는 욕을 가만히 듣고 있을 수 있을까.. 어쩌면 더 쌍스러운 욕을 하고 싶었던 것이 만든 사람의, 혹은 보는 사람의 진심이었을 지도 모른다.

해서, 이번 여균동감독의 영화에 약간의 기대가 있었다. 경종시대의 조폭이라는데.. 우리에게 있어 친근한 '조폭'이라는 말을 들으면 딱~ 함께 떠오르는 이미지가 정치꾼 아니던가.. 이건 분명히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찍는 영화구나라고 생각했다. 나의 지나친 상상이 아니라면...

시대는 노론과 소론의 당쟁이 절정이던 시절... 준비가 된 것인지, 되지 않은 것인지 알수는 천둥이는 꽤 규모가 큰 양주파의 두목을 쓰러뜨리고 원하지 않지만 두목의 자리에 오른다. 갑작스레 두목이 된 천둥이는 '두목 못해먹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는 않지만 스스로 준비되지 않은 리더임을 몸소 보여준다. 주변사람들은 다들 두목으로 대우를 하려하지만 여전히 두목답지 않은 천둥은 자신의 행동이 양주파에게, 힘없는 동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지도 모르고 사고에 사고를 치고 다닌다. 그러면서도 진심은 이거라며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가면서 말이다. 그러면서도 진심이 언제나 정의라고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진심만으로 되는 것은 세상에 하나도 없는 법. 진심만으로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 법.

결국 양반의 권력에 빌붙어 사는 야봉파의 '만득'이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고 말았다. 마치 정의를 구현할 듯 목소리를 높였던 진보가 힘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번번히 교활한 보수에게 당하듯 말이다. 세상은 진심만으로 되는 것은 없다니까...

하지만 영화에서는 다시 일어서고, 다시 힘을 모으면, 진심이 있으면 그래도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과연 그 진실은 현실에서도 유효한 진실인가... 
이런 의미에서 '기방난동사건'은 조금은 위로가 된다. 그래도 '천둥'이가 없었던 시절보다는 있었다가 박살난 지금이 조금은 달라진거라고.. 혹, '천둥'이 뒤늦게라도 정신을 차리면 다시금 원하던 세상에 가까워지게 될지도 모른다고...
물론 꿈같은 이야기겠지만..

누군 여균동 감독이 왜 또~~ 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영화는 여균동 감독 다웠다고 생각된다. 이런 저런 아쉬움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낼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

간혹 여감독의 영화에 보여지는 이미지들은 대단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곤한다. 어떤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듯 스틸사진 촬영으로 생활을 하던 시절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 장면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하기는 뭐한데, 참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물론 내가 참 좋아하는 김옥빈양이어서 더 그랬겠지만..^^ 하지만 아직도 그냥 볼때만 좋다는 것이 참 아쉽다. 그냥 볼때만 좋다는 건 대사도 하지 않고, 연기도 하지 않고.. 말 그대로 그.냥. 보기만 할때.. 그때만 좋다는 것.

머지않은 미래에 대사를 하는 김옥빈도 좋았으면 좋겠다. 그런 바램이 있다.

말이 나온김에 배우에 대해 몇 마디..

이정재가 슬럼프네, 좋지 않네.. 이야기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김석훈의 연기가 좀 좋다보니 이정재에 대한 이야기는 하기가...
김석훈은 언제나 기본, 혹은 그 이상을 하니까... 외모 때문에 연기에 대한 평가는 손해를 보는 배우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뭐, 그걸 얼마나 손해를 보는 거냐고 계량화해 따져보겠다고 하면 참... 할말이 없다.
사실 장동건도 외모 때문에 연기가 손해를 본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천재적인 배우는 아니잖아.. 뭐.. 그런거지..

상.상.초.월. 조선의 히어로가 온다..

과연, 상상을 초월하는 히어로가 우리에게 오는 날이 올까? 참, 갑갑한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