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도 오래 지났지만 그 후로도 꽤 오랬동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계속 방송됐다.
'아이리스'에 이어서 '추노'까지 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바람에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지만 꽤나 괜찮은 드라마였다.
'아이리스'가 싫어 채널을 돌리던 어느날 우연히 '발견'된 드라마였다.
어린 아이들(고등학생)이 나오는 드라마였는데, 내가 그 또래 아이들이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를 유난히 좋아하는 면이 있긴 하지만, 뭐랄까... 아이들이 던지는 대사가 심상치 않다고 해야할까... 잠시동안 봤던 플롯들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고 해야할까... 드라마를 보고 부랴부랴 검색을 했었다.
역시나.. 이경희 작가의 드라마였다. 최문석 PD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긴 할텐데... 내가 이 PD 드라마는 별로 본게 없어서...
그건 그렇고..
누구는 신파라고 너무 통속적이지 않냐고.. 이런 것을 좋아하는 너 때문에 우리나라 드라마가 막장을 달리는 거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기도 하던데..
뭐.. 신파도 신파 나름이라는.. 그리고 솔직히 통속적이지 않은 삶이 어디 있더냐는..
막장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줄거리상으로는 거의 막장의 그것과 다르지 않으니 별로 할말은 없다. 구조만 놓고 이것을 막장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잠시,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고 이야기할만하다.
시종일관 사람을 못살게 굴고, 힘들게 하는 작가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웬만큼 맷집이 있지 않고서는 한회 한회보는 것이 조금 고통스러울 드라마다.
전회를 통털어 즐겁던 순간이 30분정도 나오던가.. 하지만 그렇게 짧게 행복한 순간이 지나가기에 통속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시청자가 보고 싶은 것을 주려고 타협하는 드라마는 아니다. 원래 행복한 순간은 그렇게 잠시 순간에 불과하고 그 순간의 기억으로 지긋지긋한 시간들을 참아가는 게 사랑이기도 하니까... (이렇게 지겨운 시간을 아름답게 포장하는게 통속적인 의미의 사랑에 가장 가까운 게 아닌가..)
잠들면 어제 우리에게 있었던 일이 꿈이 될거 같아 잘 수 없었다... 는 대사가 그렇게 끝까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것도 최고의 절정의 순간만 존재하는 사랑이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매회 참 힘들고 어렵게(다행이 내가 이런 류의 사랑이야기를 보는 대는 좀 맷집이 있는 편이라서...) 보면서 머리 한편을 맴도는 생각은...
이제는 저런 것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인 시절을 살게되겠구나 하는 아쉬움.. 그래도 차마담은 세상을 살게 하는 원망, 살수있는 원동력이라도 있었는데...
꽤 오랜 시간 머리속에 남아 있을 것 같다. 차마담도 그렇고, 강진이도 그렇고, 지완이도 그렇고...
그리고 그 후로 그들의 삶에 대해서도 그렇고...
조민수씨가 오랜만에 드라마에 나왔는데, 진짜 그녀가 아니면 누가 이걸 제대로 했을까 싶다.
철없는 듯, 나름 자신에게 솔직한 삶을 살았던...
그 솔직함 때문에 오히려 마음이 아프던...
고수나 한예슬 등 다른 젊은 배우들의 연기도 꽤 좋았다.
고수는 백야행 이후로 조금 그를 보는 관점이 달라져서... 이번도에 좋게 봤고.. (사실 그전에는 광고를 제외하고는 고수를 한번도 본적이 없었으니까.. )
한예슬도 처음엔 이게 지완이가 맞나.. 싶었는데.. 아, 이건 지완이가 아닌데... 이거 완전 미스캐스팅아닌가.. 했는데.. 회가 거듭될수록 지완이라면 저랬을 거 같네.. 저렇게 성장했을 것 같네.. 하는 생각을 했다. 설득 당한 셈..^^ 내가 미녀의 설득에도 별로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닌데.. 이번엔 설득당했다. ㅋㅋ
쳇바퀴도는 것 같은 세상살이에서 잠시마나 내가 어디와 있는 거지... 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이제는 내가 기대할 수 없는 것들과 이제는 내 손을 떠나간 모든 것들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