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0 ('04.2.27~'08.11)/樂 (락)

Kio(장기호) - Chagall Out Of Town (2007.03.22)

에메랄드파도 2009. 1. 2. 01:23

 
Kio(장기호) - Chagall Out Of Town

1990년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조금이라도 음악에 관심이 있었다면, 그 시절에 라디오를 들었던 적이 있다면 '빛과 소금'이라는 팀을 기억할듯하다.

그 '빛과 소금'의 장기호가 Kio라는 예명으로 앨범을 냈다. 사실 낸지는 좀 됐다.
아마 서모군의 음반이후로 출퇴근에 매번 나로 하여금 음악을 듣게 만드는 건 Kio가 처음인 듯 싶다.
뭐랄까. 살아 있는 음악 같은, 생명이 있는 음악 같은 느낌이 든다.
사람 냄새가 나는 음악이라고 해도 좋다. - 사실 이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너무 많은데... '빛과 소금'의 음악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이유는 거의 하나라고 봐도 좋다. 연주력이 매우 좋다는 것은 알겠고, 작곡도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무엇인가 손이 가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꾸밈. 거기에 있었다. 무엇인가 꾸미고 있다는 느낌이 항상 들었다. 꾸미는 일이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가끔은 본질로 다가가기 어렵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아쉬운 느낌이 들곤했었다. 뭐, 그냥 단순히 주파수가 맞지 않았다고 하는 편이 더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새로 맞은 Kio는 예전의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건 내가 변해서 일지도 모르고, 세상이 변해서 일지도 모르고, 혹은 그가 변해서 일지도 모른다.

일단 연주가 잘 받쳐주고 있는 음악이라 좋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런 음악을 들은 지 너무 오래됐다. 특히나 가요에서 연주도 훌륭한 앨범을 만나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편곡이 잘 된거 말고... 연.주.를 잘 한 걸 말하는 거다. 다시 말하자면 미디로 찍어내지 않고 사람이 연주한 훌륭한 앨범. - '꿈 속에서 봤던 그녀'에서 보여주는 베이스 라인은 실로 오랜만에, 좋은 연주를 듣는 희열같은걸 느끼게 했다. 사실은 무심히 출근에 틀었다가 정신이 번쩍들어 다시 듣고 다시 듣고 하면서 출근을 했다.

항상 그랬지만 우주로 가는 음악을 들려주는 건 아니지만, 편안하게 듣기에 딱 알맞게 들려준다. 이것도 복잡하다거나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가만가만 연주까지 신경을 써가며 찬찬히 들어보면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거라도 생각된다. 참, 잘 하네...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늙은이 같아 보일지 모르겠지만, 새삼 90년대가 얼마나 행복하던 시절이었나.. 하는 생각을 한다. 음악도, 영화도.. 또 그에 따른 평론도.. 얼마나 풍요했는지.. 그때는 이런 저런 담론이 터져나오기만 한다고, 토론이나 평론의 문화가 자리를 못 잡았네 하며 뭐라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한때는 진짜 우리나라가, 내가 사는 사회가 정말 좋은 곳으로 가고 있다고 믿었던 적도 있었으니까.. 조금만 더 다양해지고 조금만 더 자유로워지면 아주 좋아질 거라는 오해를 하기도 했으니까.. 요즘엔 쒸레기가 너무 많아서 살수가 없다.

하하하...
이렇게 나도 인터넷에 쒸레기 하나를 보탠다. 뭐, 난지도에 휴지 하나 더 버린다고 해서 티나는 것도 아니잖아. 이렇게 비겁하게 사는 게 편하다는 것도 알 나이가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