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의 움직이는 성 -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아는 사람들은 다 알지 모르겠지만 난 애니메이션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어렸을때도 만화영화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차라리 토요명화나 명화극장 같은거라면 모를까..^^
그래도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이니까.. (사실 이건 새빨간 거짓말이고, 같이 영화를 보자는 사람들이 이걸 보자고 한것이 이유다. 누가 보면 참 놀랠일이다. 영화선택에 고집을 부리지 않는거 보면..ㅋㅋ 이런 것에 대해 항의하지 말것, 나도 우기면 내가 보자는 것을 볼거라는 착각하지도 말것..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지..^^)
줄거리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하도록 하고..
영화는 기본적으로 스크린으로 보는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이 영화는 더욱 스크린으로 봐야할 영화다. 뭐랄까.. 대형 벽화를 보는 것의 감동같은 것이라고 설명해야할까?
매우 유려한 장면들이 이어져 보는 동안 일단 눈이 즐겁다. 눈이 즐거운것과 함께 기분도 좋아지고.. 행복해지고.. 나도 하늘을 날아가는 거 같고..ㅋㅋㅋ 유난히 하야오 작품에서 나오는 하늘을 나는 장면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이렇게 기분좋기도 어려울듯하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하야오 작품에서 나오는 하늘유영(?)씬은 그 배경과 앞뒤로 이어지는 컷으로 인해 매우 감각적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른 영화와는 비교가 안되는 감동이 오는 거지...
오늘 영화는 딱 대사 두개만 말하고 말아야겠다. 이게 감동을 조금이라도 지속할 수 있는 방법같다.
그 두개의 대사중에 하나는 "아래를 내려보지 말고 걸어요.. 계속 걸어요.."였다. 처음에 하울이 소피를 향해 했던 대사였는데 영화 말미에 힌의 행동을 통해 소피가 다시 한번 확인한다.. "알았어. 계속 걸을께.."
처음 계속 걸으라는 하울의 대사는 너무 매력적, 낭만적으로 들렸다. 하늘로 솟구친 후 누군가가 내 손을 잡고 저런 대사를 하면 기분이 어떨까..^^ 물론 영화에서처럼 잘 걸어갈 수 있어야 하겠지만...아니면 낙하산이라도 분명히 내 등에 달려있거나..
두번째 걷는.. (어쩌면 하늘을 나는..)장면에서는 알수없는 감동이~~ 울컥했다.. 아마도 그 상황이, 그 앞에 있던 씬들에 의한 감정의 흐름이 그 대사에 집중되었기 때문일거 같다. 마치 그 대사 하나를 위해 작품하나를 만든 것처럼 느낄만큼...
두번째 대사는 "아름답지 않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울부짖던 하울의 대사. 이 얼마나 철없는 대사인가.. 그래도 명색이 애니메이션 주인공인데.. 겨우 머리 색 하나 바뀌었다고.. 그렇게 절망적이어도 되는가~~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하야오가 생각하는 미학적 지향점에 대한 이야기 일지도..
어찌되었든 너무나 감동적인 작품을 내 계획과는 상관없이 만났다. 마치 길을 찾아가던 소피가 하울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듯 말이다. 아마도 한동안 나는 하울의 성안에서 행복할수있을거 같다.
그리고 계속 걸어야지...계속.. 아래를 내려보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