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 4

호우시절 - 허진호 감독

허진호 감독의 최근작. 역시 사랑 영화는 허진호 감독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드는 영화다. 뭐, 보는 사람들에 따라서는 허 감독이 좀 달라졌는데.. 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사랑이란게 그런거 아니지 않나.. 호우시절 이전의, 근래 허진호 감독의 영화들이 좀 힘들었던 면이 있었긴 하다. 아마도 허 감독도 힘들었는지도.. 하지만 사랑이란게 "내가 다시 사랑을 하면 사람이 아니다..."했다가도 마치 사고처럼 다시 시작하는 것 아니던가..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 사랑이라고 했던 러시아의 어떤 작가의 책을 읽지 않아도 그런 정도는 다 아는 거 잖아.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절했기 때문에, 냉소적인 태도를 보일 수도 있는 법이다. 그렇게 이번 영화에서는 허진호 감독의 예전의 따스한 마음이..

행복 - 허진호 감독 (2007.10.05)

행복 - 허진호 감독 변치 않겠다는 새빨간 거짓말! 포스터 카피를 만든 사람이 참.. 싫은 순간이었다. 허진호 감독의 이전 영화들을 보고도 저런 카피를 메인으로 쓰고 싶었을까. 뭐, 그것도 장사 되라고 넣은 거라고 한다면 할말은 없다만... 순간순간 떠오르는 기억의 단편들... 박인환(허진호감독의 영화에 나름 단골 배우다)이 그런 대사를 한다. "내가 담배를 24년 피웠다. 내가 담배를 왜 피우는 지 알아? (극중 박인환은 폐암이다.) 내가 담배를 피워서 후회도 많이 했거든.. .... 근데.. 후회 안 하려고 펴.. .... 뭔 말인지 모르겠지?" 뭔말인지 모를 사람 많을 만한 대사다. 그런데 영화가 중반으로 넘어가기 전까지도 난 이 대사에 멍해져서 되뇌고 되뇌고 했다. 후회도 많이 했는데... 후회 ..

외출 - 허진호 감독 (2005.09.10)

외출 - 허진호 감독 최근에 다시 봄날은 간다를 보면서 새삼 허진호 감독의 영화를 다시 생각해보고 있었는데 때마침 외출을 개봉했다. 원래 말이 많은 감독은 아니였지만, 이전 작품에 비해 대사가 매우 적다. 그래서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심심하다고 생각할 법도 하다. 하지만 대사가 적은 영화임에도 영화를 보는 집중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만들어주어 보는 내내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하긴 저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말이 많은 것도 매우 이상했으리라... 주인공들의 감정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꼼꼼히 따라다니는 카메라는 대사보다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보기에 따라 싱겁게 느낄정도로 커다란 감정의 변화없이 진행되는 듯 보이는 것도 대사 보다는 카메라가 더 많은 이야기를 해서 인듯 싶다. 두 주인공의 아픔..

봄날은 간다 - 허진호 감독 (2004.03.27)

女子에게 少年은 부담스럽다.(by 노희경) 아직도 십센티는 더 클 것 같은 소년 유지태가 이제는 사랑을 조롱할 수도 있을 만큼 농익을 대로 농익은 여자 이영애와 커플이 되어서 러브스토리를 들려준다는 것이.. 처음부터 나는 억지스럽다고 생각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내 예상은 적중했다. 둘은 헤어졌다. 다행..이다 한때는 상우처럼.. 지금은 은수처럼. 이제는 기억도 아련한 첫사랑의 열병을 앓았던 때 나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꼭 영화의 상우 같았었다. 그처럼 유머를 모르고 눈치없고..맹목적이고 답답했었다. 지금도 또렷이 기억나는 장면하나. 비 오는 날 추리닝에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그의 집 창문 앞에서 오기를 부리며 떨고 있던 내 모습. 그 때 내가 사랑했던 사람도 은수처럼 표독(?)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