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영화를 보러갔다

아내가 결혼했다 - 정윤수 감독

에메랄드파도 2008. 12. 25. 12:48
영화를 본지는 꽤 지났는데, 블로그도 이사를 하고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이제서야 짧게라도 기록을...

아내가 결혼했다는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박현욱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제목의 선정성(?)과 누군가의 추천으로 몇 년전에 나름 재미나게 본 기억이 있다.
때문에 결국 영화는 어떻게 다른가.. 하는 것이 주된 관람 포인트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셈..

소설은 이중 결혼이라는 소재의 선정성과는 달리 나름 진지하게 결혼이란 무엇인가, 내지는 우리가 당연한 듯 따르는 제도와 관습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거 맞아? 가치가 있어? 라고...

사실 영화 제작자나 감독이라면 탐낼만한 소재인건 확실한데, 영화에서도 재미를 유지하며 진지하게 이야기를 건내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처럼 역시나 쉽지는 않았나보다. 

여러가지 논의를 떠나 결말이 소설과는 같지만 다르다는 것이 둘 사이에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같다는 것은 그들의 관계이고, 다르다는 것은 그들의 관계는 여기가 아닌 제3의 공간이라는 점이다. 여기서는 그들은 그렇게 살 수 없었나 보다. 저런 관계는 이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었나보다. 결국 영화에서는 이 현실에서 도주하는 것이 대안이라는 좀 기대하지 않았던, 좀 어의없는, 그간 왜 여기서 그렇게 고민했나 싶게, 여기서 아직 고민하는 사람을 닭 쫓던 개 꼴로 만드는 결론을 낸다.

그냥 스페인으로 간것에 대해 뭘 그렇게 깊게 생각하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영화나 소설이나 주인공이 하는 말 하나, 가는 곳 하나 모두 의미가 있다. 괜히 대한민국보다 스페인이 폼나서 그들을 그리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

뭐, 결론은 소설
을 보는 편이 낫다...^^ 원작이 언제나 더 훌륭한 건 아니지만 대체로 그렇다.
소설에서 여자 주인공은 남자 주인공보다 참 그려지지 않는 캐릭터였다. 간혹 소설을 보다 이걸 영화로 하면 누가 주연을 하면 될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어떻게도 마땅한 사람이 없는..

지적이면서도, 자기 멋대로 천방지축이기도 하고, 의지도 강하면서 여우같기도 한... 내가 여배우라면 참 탐나는 배역일거 같다. 하지만 이런 복합적인 캐릭터를 과연 누가 할 수 있을까.. 손예진의 연기가 좋다 나쁘다를 떠나 누가 해도 쉽지는 않다는..
뭐, 이걸 통해 상도 타고 했지만... 그닥..

오히려 이도 저도 아닌 남자 주인공을 연기한 김주혁이 더 캐릭터를 잘 소화하지 않았나 싶다. 배역자체가 그다지 강렬한 배역은 아니라 사람들에게 인상이 깊게 남지는 않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