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17

존 맥러플린, 칙 코리아 / 파이브 피스 밴드 - 이대 대강당

존 맥러플린의 2004년 공연을 보고 다시 존 맥러플린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나름 꽤 기다렸는데.. 칙 코리아와 함께 온다고 해서 서둘러 예매를 했던 공연이다. 포스터를 봐도 알겠지만 2009년 1월 31일에 있었던 공연. 대부분의 관객은 칙 코리아를 더 기다렸던 듯한 분위기. 우리나라에서야 칙 코리아, 팻 메시니 알면 전부 아는 걸로 아니까.. 뭐.. 그런거야.. 아무튼 본지 오래된 공연이지만 여전히 기억에 생생하다. 진짜 다시는 볼 수 없을지 모르는 라인업. 칙 코리아와 존 맥러플린이 한다고 하니, 케니 가렛이니 크리스찬 맥브라이드니, 브라이언 블레이드 하는 거물들이 라인업으로 나섰지.. 이게 어디 말이 되는 조합인가.. 너무 므흣한 표정으로 가렛의 연주를 보는 존 맥러플린. 아무리 ..

뮤지컬 카페인 - 연출 성재준

요즘 대학로에서 잘된 로랜틱 뮤지컬로 몇 손가락에 꼽힌다는 '카페인'. 소극장 뮤지컬답게 2인극이다. 소극장 뮤지컬답게... 라고? ㅋㅋ 그건 아니다. 그냥 아주 단순히 소극장이니 작은 규모의 이야기라는 의미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실 2인극은 꽤나 어렵다. 이야기도 밀도가 높아야하고, 구성도 남다르게 신경써야하고, 무대 역시 그렇다. 무엇보다 두 배우의 연기로 2시간 가까운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는 건 언뜻 생각하기에도 참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뮤지컬 카페인은 그런 부담을 꽤나 잘 넘어선 듯 보인다. 적당한 속도감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적절한 소품들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많이 고민한 흔적들이 곳곳에 보인다. 하지만 그런 고민이 뭍어난다하여 좋다.. 잘 됐다.. 고 이야기할 수는 ..

Latte e Miele 라떼 에 미엘레 내한 공연

아직도 이 공연에 대한 글을 쓰지 않았다니... 참, 정신 없이 살았네.. 2008년 가을 LG아트센터에서 봤던 공연. LG아트센터에서 3년에 걸쳐 진행하던 이탈리아 프로그레시브 밴드 시리즈의 마지막 공연이었다. 너무 보고 싶던, 죽기전에 이 밴드들의 공연을 볼 수 있을까 싶었던 3팀의 공연을 봤다. R.F.M. 뉴트롤즈에 이어 라떼 에 미엘레. 그 중에서도 가장 보고 싶었던 팀이 라떼 에 미엘레였다. 뭐랄까.. 어린 시절, 몇장 안되는 앨범이었지만 진짜 차원이 다른 듯 한 느낌의 앨범으로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보내줬던 밴드. 아마도 그 시절 그 밴드, 혹은 밴드들의 음악이 나에게는 많이 특별했던 것 같다.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던 시절이이기도 했고, 가장 열심히 음악을 듣던 시절이기도 했고, 그것이 재즈..

뮤지컬 라디오스타 - 김규종 연출

이제 서울 공연장에서는 막을 내렸다. 미리 올렸어야했는데, 좀 많이 늦은 셈... 2009년 2월부터는 수원에서 공연한다고 한다. 영화 라디오스타는 신파적인, 감상적인 시선이 싫어서 그다지 좋아하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감상적이라서.. 유치해서.. 마음이 쓰이는 그런 경우도 없는 건 아니니까.. 언제나 똑똑하고 이성적인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행복하고 더 현명한 생각을 하게 하는 건 아니니까... 뮤지컬 라디오스타는 원작의 단점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재구성을 한다. 원작이 가지고 있던 신파는 극 전개로 인해 본의 아니게 줄어들긴했지만, 삶을 바라보는 낭만적인 시각은 여전하다. 그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위로로 보일지라도, 그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희망처럼 보일지라도 감상적인 시선은 그저 쓴 맛을 숨긴 당의정 ..

극단 여행자의 십이야 - 양정웅 연출

극단 여행자의 새로운 작품 십이야. 극단 여행자의 작품은 이번이 세번째. 그러고보니 모두 세익스피어의 연극이었다. 맥베드를 원작으로 했던 '환'. 한여름밤의 꿈, 십이야. 그 전에 봤던 환이나 한여름 밤의 꿈은 중대형 극장에서 본거라서 소극장에서는 어떻게 극을 꾸밀까에 대해 궁금한 점이 없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소극장에서 연극을 본지 좀 되어 설레는 마음도 있었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역시~~ 였다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아쉬움도 없진 않았다는.. 등장인물에게 우리나라 이름을 부여하는 것은 이제 그리 낯선 일이 아니지만 여전히 이쁘고 친근하다. 이번 십이야는 노래가 매우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극이다. 극을 진행하는 '가수'가 등장하고 - 이 '가수'의 역할이 좀 특이한데, 마당놀이에서 보면 관객..

뮤지컬 빨래 - 추민주 연출

삶은 계속된다... 참, 힘들고 쉽게 달라지지 않는 삶이지만 계속 될 수 밖에 없는 것... 누군가 이야기 하지 않던가,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비로소 진짜 희망이라는 것이 얼굴을 내민다고.. 그것도 그럴것이 아직 기댈 언덕이 있는 사람이 그렇게까지 절실하게 무엇을 원한다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 배경은 서울 어딘가 달동네.. 하루하루의 삶이 편치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편한 사람은 또 어디 있을까.. 결국 어떤 의미로든 고달픈 하루하루를 보내는 건 마찬가지인셈.. 이것이 빨래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하도록 만드는 힘이 아닐까.. 간혹 너무 단순하고 편리하게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나 연극을 보기도 하지만, 빨래는 아주 깔끔하고 손 쉽게 '그리하여 그들은 행복해졌다..'고 마무리하지 않..

지하철 1호선 4000th - 김민기 연출

15년의 세월이 지나 뒤늦게 보게된 지하철 1호선. 21세기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를 한다고 올해까지만 공연을 한다고 한다. 이제는 어울리지 않는 소재가 많아 업그레이드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꽤 사회적인 이슈를 이야기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그럴 법도 하다. 해서 보러가면서 너무 늦은 건 아닌까 걱정이 없지 않았다. 그렇지만 대부분 좋은 작품이 그렇듯 너무 늦은 건 아니었다. - 이게 아니라면, 15년간 우리 사회가 여전한 것일지도 모르겠고... 흠... 뭐, 요즘 같아서는 15년간 우리는 제자리에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제 지난 이야기라고 할 꺼리도 현재 이야기가 됐다. 덕분에 즐거운 관람이 된 셈. 이걸 고맙다고 해야하나, 욕이라도 해야하나.. 사회가 이렇게 될지 알았으면 4년정도 더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