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 3

조용한 혼돈 Caos Calmo - 안토니오 루이지 그리말디 감독

난니모레티... 내가 그 사람의 영화를 본 횟수는 그렇게 많지 않겠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감독중에 하나이다. 내가 감히 사랑한다는 단어를 입에 올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는 아는 사람은 알만한 것. '4월 Aprile'에서 난니 모레티가 고민했던 것들을 내가 하고 있다. 그때는 그렇게 웃으면서 봤던 영화인데... 그때는 "에~~ 지금 시대에 웬 파시스트.." 라면서 봤던 영화인데.. 그때는 그의 언론에 대한 농담이 그냥 그런.. 재미난 이야기였는데... 난니모레티의 4월이 나온 해가 1997년이다. 그때 난니모레티가 조롱하던, 반대하던 미디어 재벌 베를루스코니는 2009년 지금 이탈리아의 총리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언론 통제를 통한 장기집권... 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표본이 될 인간. 각설하고..

약속해줘 Promise Me This / Zavet -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가장 근래 작품이다. 개봉을 한다는 소식만 들리고 개봉일이 계속 미뤄져서 이러다 영화를 못보겠군.. 싶었다. 매우 심하게는 아침 뉴스에서 이번 주 개봉하는 영화라고 소개를 해주었음에도 결국 개봉하지 못했다. (멀티 플랙스라고 스크린 수는 서로 망하도록 늘어가지만 정작 걸리는 영화의 수는 늘지 않는 참 거지같고 미련한 자본의 논리)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영화를 보면 말 그대로 '난장'의 진수를 보는 듯하다. 난장이 의미를 가지는 것은 혼란스럽고 시끄러운 가운데 삶의 진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주인공들은, 등장인물들은 정신없고 실소를 자아내지만 나름의 진정성이 있다. 악인이던 선인이던 나름의 삶에 대한 진심이 있다고 하면 너무 미약일까.. 어찌되었든, 그런 미워할수없는 사람들..

나이를 먹는 다는 것에

대해서.. 그것은 생각보다 고통스럽거나 아쉬운 일만은 아니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나이를 먹을 수록 여유있어지고 힘을 빼고 세상을 사는 법을 알게 된다고도 했다. 너무 바둥바둥 사는 것만이 잘 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그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틀리기도 하다는 생각을 한다. 여유있어 보이기 위한 지나친 거짓이었다고.. 오늘 유사한 글을 봤다. 도스토예프스키가 그런 말을 했단다. "인간은 모든 것에 익숙해질 수 있는 동물이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인간에 대한 가장 훌륭한 정의라고 생각한다." 그래..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좀더 쉽게 익숙해진다는 의미였다. 체념에도 쉽게 익숙해지고, 실패에도, 성공에도 너무나 빠르게 익숙히 받아드린다. 심지어는 불행도, 불의도, 불편도, 폭력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