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영화를 보러갔다 19

잘 알지도 못하면서 - 홍상수 감독

홍상수 감독의 2009년 작품.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긴 말이 필요없다. 시놉시스가 어떻게 되나... 확인 조차도 하지 않는다. 그냥 홍상수 감독의 영화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아마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러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그렇지 않나 싶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점점 더 편안하고, 더 즐겁고, 더 행복해보인다. 하하하... 말을 쓰다 보니, 홍감독이 이 글을 보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족을 달고 ㅈㄹ이냐~~ 할거 같다. 아무튼, 매우 즐거운 영화.. 누구에게는 난해한 영화일지도... 또 누군가에겐 가슴뜨끔한 영화..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는 영화..도 되겠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위로가 되냐고? 당연하지.. 나만 찌질하게 사는 거 아니구나.. 하는 위안.. 결국 너도 비슷해.. 라는 독설...

박쥐 - 박찬욱감독

메인 포스터는 아닌데, 이 포스터도 나쁘지 않네.. 박찬욱 감독이 박쥐를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참 많이 기대했던 작품이다. 일단은 신부가 뱀파이어가 된다는 시놉시스가 주는 매력때문이었고, 김옥빈양이 배우가 될 것인가 하는 점이 두번째 이유였다. - 김옥빈이 나오는 영화는 거의 대부분 극장에서 봤다. 사실 이쯤 되면 김옥빈양의 티켓파워에 1장은 확실하게 넣어줘야하는 건 아닐지..^^ 개인적으로 언제나 아쉬움이 남아서.. 아~ 이거 참 아깝네.. 이런 게 남아서.. 뒤의 이유부터 말을 하자면, 이번에도 역시나 조금 아쉽네.. 였다. 박찬욱도 안되는 건 안되나 싶기도 하고.. 무엇인가 알수없는 어색함이 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흠.. 예전부터 목소리가 아닐까 싶었는데 - 허스키한 목소리 자체가..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 우디 알렌 감독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제목만 보고서는 영화를 놓칠뻔했다. 스칼렛 요한슨이 나오길래.. 어라~~ 해서 감독을 보니.. 이게 왠걸... 우디 알렌.. 뭐, 이건 보지 않을 수 없는.. 그의 영화가 수작이던, 평작이던, 졸작이던.. 극장에 걸리면 가서 봐야 직성이 풀리는 몇 몇 감독이 있다. 외국 감독은 우디 알렌이 대표적일테고, 우리 나라 감독은 홍상수. 보통 평단의 평가가 중요한 감독들이긴 한데, 평가가 어찌 되었든 내게는 가장 웃기는 영화를 만들어주는 감독들이다. 이유는 없다. 그냥 나는 보기에 너무 웃긴데.. 사람들은 저들의 영화를 보면서도 참~~ 근엄하다. 왜~ 이래~~, 뭐야~~, 세상에~~ 이런 대사가 관객들 사이에 난무한다. 내가 사는 것도 웃기지만 니들 사는 것도 만만치 않거든.. 뭐...

비카인드 리와인드 - 미셀 공드리 감독

지금도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극장이 있나? 만약있다면, 강추하는 영화. 하지만 자신이 영화광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 그것이 과거의 한 시절이었더라도.. 이제는 보고 싶은 모든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니고, 보는 영화조차 드문드문 가끔 생각날때면 보는 사람으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영화다. 심지어 영화에 대한 감독의 애정이 느껴져서.. 과거 영화에 대해 지나친 애정을 쏟던 기억이 떠올라서 가슴이 짠~ 해지는 영화다. 그래서 근거없이 서러움같은게 밀려오게 하는 영화다. 이제는 '비카인드 리와인드 비디오샵'을 접어야하는 사장처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랑했던 모든 사람에 대한 헌정 영화라고 해야할까.. 나에게 영화는 이렇게 다가왔다.. 그러나 결국 좋은 감상자로..

워낭소리 - 이충렬 감독

* 워낭 : 마소의 귀에서 턱 밑으로 늘여 단 방울. 또는 마소의 턱 아래에 늘어뜨린 쇠고리. 굳이 설명이 없더라도 포스터를 보면서 저게 '워낭'이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한다. 영어로는 Old partner라는 제목을 가졌다. 본지 꽤 지났는데, 이 워낭소리가 한동안 영화가에서 많은 이야기꺼리를 만들어줬다. 예상 못했던 흥행도 그렇고, 사람보다 나은 소가 그렇고, 극성스런 기자나 관객이 그렇다. 텔레비젼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하는 노래가 있긴한데... 다큐라는 형태를 띄던 그렇지 않던, 텔레비젼에 나간다는 것은 꽤 각오를 해야한다. 예전에 인간극장이라는 다큐에 나왔던 주인공들이 그랬고, 워낭소리의 할아버지가 그랬다. 마치 무슨 연예인을 방문한듯,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피아노, 솔로 - 리카르도 밀라니 감독

이탈리아의 천재적인 재즈 파이니스트 루카 플로레스의 짧은 삶을 그린 영화. 천재적인 사람의 삶이란, 혹은 천재란 언제나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모양이다. 천재이면서 흔한 삶을 사는 사람은 없을까? 뜬금없이 그런 생각이 든다. 보통 다른 사람과 다른 감수성,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을 우리가 천재라고 칭한다면, 천재가 흔한 삶을 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는 무엇인가 다른 생각을 하는 것도 처벌의 대상이니, 이런 어이없는 환경까지 생각한다면 진짜 천재는 세상 살기 힘들겠다. 물론 나도 살기가 힘든데.. 난 왜 천재도 아닌데 살기가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진짜 그냥 살아보려고 하는데도 그냥 살수없게 하니 참, 어려운 시절을 살고 있는 듯 하기도 하다. 아니, 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

1724 기방난동사건 - 여균동 감독

그 시절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90년대 '세상밖으로'라는 영화를 통해 욕으로만 2시간을 채워도 재미가 있기도 하다는 걸 보여줬던 여균동 감독이 한동안 '이건 뭥미?'하는 영화만 찍다가 오랜만에 뭔가 하려는가보네.. 하는 기대를 하게 했던 영화. 사실 '세상밖으로'는 내게는 참 중요한 영화다. 영화라는 것도 결국 국가나 민족적인 정서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했던 영화이기도 했고, 그런 이유로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을 더욱 많이 가지게 하기도 했다. 어떻게 그 시절의 대한민국을 살아보지 않고 2시간동안 이어지는 욕을 가만히 듣고 있을 수 있을까.. 어쩌면 더 쌍스러운 욕을 하고 싶었던 것이 만든 사람의, 혹은 보는 사람의 진심이었을 지도 모른다. 해서, 이번 여균동감독의 영화에 약간의..

미쓰 홍당무 - 이경미 감독

어떤 영화든 극장을 찾아가기로 한 순간부터 막연한 기대같은 것이 있다. 그것이 신인 감독의 영화라면 조금은 다른 기대도 생기곤 한다. 생경함으로 인한 설레임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이경미 감독의 장편 데뷰작 미쓰 홍당무도 나름의 기대를 했다. 굳이 박찬욱 감독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 사실 박찬욱 감독은 마케팅을 위해 억지로 끌어놓은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 기대의 일부는 공효진에 대한 기대이기도 했고, 한편은 저 포스터가 주는 기대이기도 했다. 사실 신인 감독에 대한 기대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말을 많이 하지만 그 사람의 영화를 한 편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무슨 기대가 있겠나.. 이쁜 것들 다 뭍어버리겠다는 저 카피와 비통한 표정으로 반쯤 뭍여버린 공효진. 우리가 흔히 삽질을 한다는 둥,..

아내가 결혼했다 - 정윤수 감독

영화를 본지는 꽤 지났는데, 블로그도 이사를 하고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이제서야 짧게라도 기록을... 아내가 결혼했다는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박현욱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제목의 선정성(?)과 누군가의 추천으로 몇 년전에 나름 재미나게 본 기억이 있다. 때문에 결국 영화는 어떻게 다른가.. 하는 것이 주된 관람 포인트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셈.. 소설은 이중 결혼이라는 소재의 선정성과는 달리 나름 진지하게 결혼이란 무엇인가, 내지는 우리가 당연한 듯 따르는 제도와 관습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거 맞아? 가치가 있어? 라고... 사실 영화 제작자나 감독이라면 탐낼만한 소재인건 확실한데, 영화에서도 재미를 유지하며 진지하게 이야기를 건내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처럼 역시나 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