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 6

1724 기방난동사건 - 여균동 감독

그 시절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90년대 '세상밖으로'라는 영화를 통해 욕으로만 2시간을 채워도 재미가 있기도 하다는 걸 보여줬던 여균동 감독이 한동안 '이건 뭥미?'하는 영화만 찍다가 오랜만에 뭔가 하려는가보네.. 하는 기대를 하게 했던 영화. 사실 '세상밖으로'는 내게는 참 중요한 영화다. 영화라는 것도 결국 국가나 민족적인 정서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했던 영화이기도 했고, 그런 이유로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을 더욱 많이 가지게 하기도 했다. 어떻게 그 시절의 대한민국을 살아보지 않고 2시간동안 이어지는 욕을 가만히 듣고 있을 수 있을까.. 어쩌면 더 쌍스러운 욕을 하고 싶었던 것이 만든 사람의, 혹은 보는 사람의 진심이었을 지도 모른다. 해서, 이번 여균동감독의 영화에 약간의..

미쓰 홍당무 - 이경미 감독

어떤 영화든 극장을 찾아가기로 한 순간부터 막연한 기대같은 것이 있다. 그것이 신인 감독의 영화라면 조금은 다른 기대도 생기곤 한다. 생경함으로 인한 설레임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이경미 감독의 장편 데뷰작 미쓰 홍당무도 나름의 기대를 했다. 굳이 박찬욱 감독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 사실 박찬욱 감독은 마케팅을 위해 억지로 끌어놓은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 기대의 일부는 공효진에 대한 기대이기도 했고, 한편은 저 포스터가 주는 기대이기도 했다. 사실 신인 감독에 대한 기대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말을 많이 하지만 그 사람의 영화를 한 편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무슨 기대가 있겠나.. 이쁜 것들 다 뭍어버리겠다는 저 카피와 비통한 표정으로 반쯤 뭍여버린 공효진. 우리가 흔히 삽질을 한다는 둥,..

하우스룰즈 House Rulez 2 - Star House City

따끈따끈한 하우즈 룰즈의 2번째 앨범...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팀이다. 내가 하우즈 룰즈의 음악을 듣는 걸 알면 의외라고 할 사람이 무척 많겠지만, 이런 류의 음악도 꽤 좋아한다. 단, 춤을 추지 않을 뿐이지.. 춤을 좋아하는 친구들 말로는 춤추기 좋은 음악과 감상용 댄스곡은 다르다고 하는데, 하우즈 룰즈는 듣기도 추기도 좋지 않을까 싶다. 뭐랄까... 음악이 시각적이라고 해도 괜찮을까..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확연하게 눈앞에 그려진다. 뭐, 대체로 클럽 등에서 볼만한 이미지긴 하겠지만서두...^^ 이렇게 이전 앨범이 좋았던 경우, 새로 나온 앨범을 막 플레이할때의 설렘이란.. 음악이 주는 즐거움보다야 못하지만, 여전히 이런 설렘은 좋다. 앨범을 사고 앨범 자켓을 꼼꼼히 들여다 보고, 포장을 뜯고,..

우연의 음악 2008.12.27

뮤지컬 빨래 - 추민주 연출

삶은 계속된다... 참, 힘들고 쉽게 달라지지 않는 삶이지만 계속 될 수 밖에 없는 것... 누군가 이야기 하지 않던가,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비로소 진짜 희망이라는 것이 얼굴을 내민다고.. 그것도 그럴것이 아직 기댈 언덕이 있는 사람이 그렇게까지 절실하게 무엇을 원한다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 배경은 서울 어딘가 달동네.. 하루하루의 삶이 편치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편한 사람은 또 어디 있을까.. 결국 어떤 의미로든 고달픈 하루하루를 보내는 건 마찬가지인셈.. 이것이 빨래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하도록 만드는 힘이 아닐까.. 간혹 너무 단순하고 편리하게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나 연극을 보기도 하지만, 빨래는 아주 깔끔하고 손 쉽게 '그리하여 그들은 행복해졌다..'고 마무리하지 않..

지하철 1호선 4000th - 김민기 연출

15년의 세월이 지나 뒤늦게 보게된 지하철 1호선. 21세기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를 한다고 올해까지만 공연을 한다고 한다. 이제는 어울리지 않는 소재가 많아 업그레이드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꽤 사회적인 이슈를 이야기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그럴 법도 하다. 해서 보러가면서 너무 늦은 건 아닌까 걱정이 없지 않았다. 그렇지만 대부분 좋은 작품이 그렇듯 너무 늦은 건 아니었다. - 이게 아니라면, 15년간 우리 사회가 여전한 것일지도 모르겠고... 흠... 뭐, 요즘 같아서는 15년간 우리는 제자리에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제 지난 이야기라고 할 꺼리도 현재 이야기가 됐다. 덕분에 즐거운 관람이 된 셈. 이걸 고맙다고 해야하나, 욕이라도 해야하나.. 사회가 이렇게 될지 알았으면 4년정도 더 공연..

아내가 결혼했다 - 정윤수 감독

영화를 본지는 꽤 지났는데, 블로그도 이사를 하고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이제서야 짧게라도 기록을... 아내가 결혼했다는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박현욱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제목의 선정성(?)과 누군가의 추천으로 몇 년전에 나름 재미나게 본 기억이 있다. 때문에 결국 영화는 어떻게 다른가.. 하는 것이 주된 관람 포인트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셈.. 소설은 이중 결혼이라는 소재의 선정성과는 달리 나름 진지하게 결혼이란 무엇인가, 내지는 우리가 당연한 듯 따르는 제도와 관습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거 맞아? 가치가 있어? 라고... 사실 영화 제작자나 감독이라면 탐낼만한 소재인건 확실한데, 영화에서도 재미를 유지하며 진지하게 이야기를 건내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처럼 역시나 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