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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하는 저녁 - 에쿠니 가오리 作 (20060118)

낙하하는 저녁 - 에쿠니 가오리 作 한 남자와 인생을 공유할 때의, 흔해빠진 일상에서 길어 올리는 행복, 믿지 못할 기적 같은 순간의 축적. 예를 들면 겨울 아침, 다케오 옆에서 당연한 일이듯 눈을 뜨는 것. 차가운 발을, 건장하고 따스한 생명력에 넘치는 다케오의 발에 휘감을 때의 안심감. 뿌연 유리창.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몇 분. 예를 들면 역에서 거는 전화.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다케오의 목소리. 드러누워 열심히 추리 소설을 일고 있던 나는, 그 순간, 모든 것을 떠울린다. 만남에서 그때까지의 모든 것을. 예를 들면 일요일 낮의 섹스. 신나게 늦잠을 자고 깼다가 몇 번이나 권태로운 섹스를 하고 그대로 잠들어버린다. 다시 눈을 뜨면 저녁이고, 둘 다 배가 고파 어쩔 줄 모른다. 그래서 동네 메밀국수 ..

우리는 사랑일까 - 알랭 드 보통 作 (20051227)

우리는 사랑일까 (The Romentic Movement) - 알랭 드 보통 作 이전에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On Love)라는 책으로 이야기 했던 알랭 드 보통의 다른 소설이다. 전작과 그리 다르지 않은 특징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지만, 전작보다는 좀더 소설적이라고 해야할 듯...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서사나 묘사는 거의 없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쳅터별로 벌어지는 시트콤같기도 하고.. 띄엄띄엄 읽더라도, 뒤에서부터 읽더라도, 중간만 읽더라도 전혀 상관이 없을 소설이다. 철학을 전공하고, 가르치는 작가의 가방끈이 참 길다는 생각이 간혹 머리를 지나가게 만드는 것은 여전하다. 실제로 철학을 전공하는(전공한) 사람들이 다 저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며 연애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름대로 일반독자에게도 좋..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 作 (20041128)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作 이 책을 본게 언제였던가.. 아마도 2004년초 였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뒤늦게 전달된 2003년 내 생일 선물중에 하나였던.. 책을 선물한 사람이 다 알아서 선물한 것이었을 텐데.. 이상하게 이 책은 손이 가지 않았었다. 그래서 뜨문 뜨문 읽었는데.. 어느 날 밤 잠도 안오고, 심심하여 별 생각없이 다시 펼쳐든 순간. 그동안 한장도 보지 않았던 책처럼 너무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 날 밤 절반정도 읽느라 다음날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사람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책도 그렇고 좋고 그렇지 않음을 떠나 내게 오는 순간이 있는 법이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1년전에 나타났다면 또는, 1년후에 나타난다고 할때 그래도 지금처럼 ..

준치가시 (20051124)

준치가시 - 詩. 백석 - 준치는 옛날엔 가시없던 고기 준치는 가시가 부러웠네 언제나 언제나 가시가 부러웠네 준치는 어느날 생각다 못해 고기들이 모인데로 찾아갔네 큰 고기, 작은 고기 푸른고기, 붉은 고기 고기들이 모일데로 찾아갔네 고기들을 찾아가 준치는 말했네 가시를 하나씩만 꽂아달라고 고기들은 준치를 반겨맞으며 준치가 달라는 가시 주었네 저마끔 가시들을 꽂아주었네 큰고기는 큰 가시 잔고기는 잔가시 등 가시도 배가시도 꽂아주었네 가시없던 준치는 가시가 많아져 기쁜마음 못이겨 떠나려했네 그러나 고기들의 아름다운 마음 가시없던 준치에게 가시를 더주려 간다는 준치를 못가게했네 그러나 준치는 염치있는 고기 더 준다는 가시를 마다고 하고 붙잡는 고기들을 뿌리치며 온 길을 되돌아 달아났네 그러나 고기들의 아름다운..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 팀 버튼 作 (20050915)

드디어 도착한 녀석들.. 책상 주변이 온통 녀석들 차지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좀 무섭게 생겼다던 부모님도 빈말인지 진심인지 이쁘다는 말씀을 하시고..^^ 괜히 심란해하다 녀석들을 보고 있으면 묘한 기분이 든다. 연민도 아닌것이 위로도 아닌것이.. 그렇다고 기분이 유쾌한 것도 아니고, 나쁜건 더더욱 아니고.. 알고 보면 인생의 많은 아이러니를 갖고 태어난 아이들이거든요~~~ 궁금하시면 서점에서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을 보시거나, 검색사이트에서 굴 소년을 찾으세요.. 전문까지는 아니겠지만 각각의 사연을 설명한 것은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번주에 찰리와 초콜릿공장을 개봉하네.. 이게 얼마만에 스크린으로 만나는 팀버튼 인가..^^ 갑자기 기분 좋아졌다.. 이렇게 단순하게 사는거 괜찮다..

김훈씨의 인터뷰를 보다. (20050822)

TV를 통해 작가 김훈씨의 인터뷰를 봤다. 김훈씨의 소설을 읽은 적은 없지만 간간이 봤던 글은 항상 인상적이었다. 딱 적절한 단어와 적당한 표현으로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할 줄 아는 작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이 소설을 쓰는 작가이든, 영화를 만드는 작가이든, 그림을 그리는 작가이든.. 작가의 인터뷰는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의 인터뷰도 그랬다. - 물론 아직 온전히 한편의 소설을 읽은 적은 없지만 읽게 된다면 이해의 폭이 넓을 것은 분명하다. 새롭게 인식하고 깨닫게 된 부분들도 많았고 나는 참 '그 까이꺼 대충'하면서 살았던 부분이 많았다는 것에 부끄럽기도 했다. 역시 중요한건 어떤 현상, 사실에 대해 명확한 인식을 하고 그것에 대한 분명한 ..

고래 - 천명관作 (20050602)

고래 - 천명관 作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하다. 언제나 그렇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고래도 그런 이유로 보게되었고, 역시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 처음에는 좀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점차 소설속에 들어가서 몰입하게 만든다. - 회사에 일하다가 가끔 궁금해진다. 춘희에게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혹은, 금복은 지금 뭐하고 있을까? 그리고는 집에 돌아가서 얘들아.. 뭐하니? 하며 책을 들여다보고... 책을 읽는 동안은 그랬다. ^^ 굳이 심사평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 소설로는 좀 드문 느낌이다. 처음 만나는 느낌이라고 할까... 기존의 소설에 도움받은게 없다고 까지 말하는.. - 물론 이건 양면성이 있는 이야기이긴한데.. 뭐 그게 중요한건 아니고.. 참, 즐겁..

검은 꽃 - 김영하 作 (20050426)

검은꽃 - 김영하 作 오래전에 리뷰라는 계간지가 창간했을 무렵.. 그 잡지를 통해 처음 김영하의 소설을 봤던거 같다. - 리뷰를 통해 등단했다고 한다. - 그리고 아마도 다시 김영하가 쓴 소설은 볼일이 없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무료하게 집에서 빈둥대다가 우연히 집어들은 책이 검은 꽃이었고 옆에서 보고 계시던 아버지께서 한마디 거드셨다. 그거 좋다... 하지만 아버지와 나의 소설 취향은 좀 다른 경향이 있는 지라.. 그런데 언제부턴가 아버지께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알고 계시긴 한거 같다. 일전에 폰타마라 라는 소설을 굳이 보라고 책상위에 놓고 가실때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찌되었든... 내가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거야 뻔한 이유겠지... 이전의 김영하 소설을 읽어봐야할까 라는 생각을..

목마와 숙녀 - 박인환 (20050113)

목마와 숙녀 - 박인환 -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나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갑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

다다를 수 없는 나라 -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作 (20040618)

다다를 수 없는 나라 -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作, 문학동네 우연히 알게된 보석같은 소설. (무려 8개월만에 주인을 찾아온 생일 선물..^^ 고맙당..) 가장 최근에 끝낸 소설이기도 하고.. 예전 '달에 울다'라는 일본 소설을 볼때의 느낌과 흡사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두 소설의 공통점은 글씨가 별로 없다는거 말고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그럼에도 내게는 무엇인가 비슷한 이미지를 남겼는데.. 음.. 뭐랄까.. 아주 간결하게 쓰여진 책인데.. 문장하나하나.. 단락하나하나를 볼 때는 이 정도는 웬만한 작가는 다 쓸수있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을 하게 하는.. 근데 그게 그렇지 않다. 읽을수록 그 한줄이 결코 한줄이 아니라는걸 알게 된다는거다. - 물론 다른 작가들의 한줄이 보잘것없는 한줄이라는 말은 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