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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20040528)

괜찮아 - 한강 -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서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뉴욕 3부작 - 폴 오스터 作 (20040526)

뉴욕 3부작(THE NEW YORK TRILOGY) - 폴 오스터 作 - 오랜 시간에 걸쳐서 본 '뉴욕 3부작'이 이제 끝났다.. 헥헥헥..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권을 보는데 이렇게 오래걸린적도 없었던거 같다. 아무리 자투리 시간에서만 봤다고 하더라도 너무 오래 봤다. - 그래서 밀린 책이 너무 많다.. - 책에 대한 감정·생각보다도 이제 다른 책을 볼 수 있다는 - 사실 보겠다고 사다 놓은 책이 이미 몇권 있다. 사다놓고 펴지 못하는 안타까움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듯.. - 기쁨이 더 먼저 였다. 그렇다고 해서 폴오스터의 소설이 재미없을리 없다~~ 당연 보는 동안은 흥미진진... 그.러.나. 아.. 저거 해야하는데.. 혹은, 덴장.. 검토해봐야하는 서류가 있지.. 하며 자꾸만 뒤로 미..

고도를 기다리며 - 사무엘 베케트 作 (20040410)

고도를 기다리며 - 사무엘 베케트 作 고도를 기다리며를 이야기할때면 부조리극이 어쩌구저쩌구... 하며 매우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근데 그런 어려운 이야기를 하기엔 별로 아는 바가 없어서... 단순 감상 몇마디.. 고도를 기다리며를 처음 만난건 한 5년전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연극을 통해서 처음 접할 법도 한데.. 난 텍스트로 고도를 만났다. 다른 이유없이 그냥 심심해서 집어든 책이 '고도를 기다리며'였다. - 시나리오나 희곡이 읽어보면 생각보다 재밌다. 또, 좋은 점..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점.. 공연이나 상영시간이 있으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처음 몇 페이지는 조금 낯선 느낌.. 점점 읽어내려갈수록 빠져드는.. 많은 평론가나 비평가들이 고도를 기다리며에 대해 여러가지 ..

불멸 - 밀란쿤데라作 (20040328)

불멸 (밀란쿤데라作, 청년사) 이 책을 본건 내가 군대에 있을 때였다. 어느 정도 일도 익숙해지고 해서 매일 반복되는 업무(?)가 조금씩 지루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던 때였다. 책을 읽기 시작한 후로 일도 대충 도망다니면서 책을 봤던 기억이 있다. 요즘엔 이런 일이 가끔있는 일이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일상생활을 접고 - 푸하하...표현이 영~~ 이상하다... - 책을 보는 경우는 없었다. 나의 책읽는 습관을 바꾸게 한... 뿐만아니라 내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에도 많은 영향을 준 책이라고 해도 좋을듯하다. - 이런 책은 숨겨놓고 몰래몰래 봐야하는건데... ㅋㅋㅋ - 내가 자주가는 인터넷 서점의 책소개를 보면 난해하다는 둥.. 복잡하다는 둥.. 하는 소개가 있으나 그리 난해하거나 복잡한 책은 아니다. - 아닐거..

바베트의 만찬 - 이자크 디네센作 (20040313)

바베트의 만찬 - 이자크 디네센 作, 문학동네 아침 출근길에 평소에 듣지 않던 라디오를 틀었다. 그 라디오를 통해 소개 받게 된 이자크 디네센. 바베트의 만찬은 오래전 아카데미 시상식을 통해 제목이 익숙한 책이었다. 더불어 이자크 디네센이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실제 인물이라고 하니 더 친숙한 느낌이라고 할까... 나이를 먹을 수록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새로운 느낌이다. 이런 영화들이 가끔 있다. 어렸을 때는 그 영화의 매력을 모르던.. (이럴때는 나이를 먹는것도 참 매력있는 일이라니까...흐흐..이렇게라고 생각을 해야 하지 않겠어..어짜피 먹는 나이...^^) 책과는 관련 없는 서론이 너무 길었다. 이자크 디네센에 대해 전혀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로 대한 책은 매우 흥미진진했다. 책을 선택하면서도..

뮤지컬 위대한캣츠비 - 박근형 연출 (20080913)

위대한 캣츠비 - 박근형 연출 위대한 캣츠비는 만화일때부터 꽤 유명했으나 만화가 원작인 것들이 거의 대부분 그렇듯, 내게는 전혀 정보가 없다. 단, 케이블TV에서 하던 미니시리즈를 몇 회 본 적이 있었다는.. 별로 재미가 없어서 초기에 몇 회보고 말았다는.. 그 정도의 기억이 전부.. 이런 저런 소문을 들으면서도 애써 모르는 척했던건,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어렸을때 봤던 위대한 개츠비는 참 묘한 기분을 자아냈던 소설이다. 주변의 꽤 많은 여자들이 좋아하던 소설이었는데, 내게는 이상하게 깊은 감흥은 없었던... 뭐, 그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그것만으로도 한참 떠들어야하겠지만... 사실 내가 웃지도 울지도 못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으니 할말이 많기도 ..

에밀 쿠스트리차 & 노 스모킹 오케스트라 (20080630)

에밀 쿠스트리차 & 노 스모킹 밴드 오케스트라 본격적인 공연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위의 사진에 대해.. 어떤 관객이 성공적으로 몰카를 찍었는지는 몰라도 마지막 곡을 연주할때 사진이다. 무대위의 사람들은 누구? - 에밀 쿠스트리차와 노 스모킹 오케스트라 & 손이 이끌려 나온 관객 & 스스로 무대위로 뛰어올라간 관객... 누구든 올라오란다.. 아~~ 이런 공연 참 좋다. 그냥 우리 한번 놀아보자구!!!!!.. 하는 공연. 에밀 쿠스트리차에 대해서 토를 달면 입이 아프다. '집시의 시간', '언더그라운드', '검은고양이, 흰고양이' 등등을 찍은 감독이나 기타리스트. 영화를 보면서 참 감탄하게 만들던 사람이었는데, 음악을 할때도 무대를 장악하는 뭔지 모를... 집시들의 흥은 우리나라의 정서와 비슷한 면이 있는..

소니 롤린스 Sonny Rollins (20080527)

소니 롤린스 Sonny Rollins 박수가 터지고 연주자들이 등장한다. 백발이 성성하고 등이 굽은 노인이 천천히 걸어나온다. 많은 관객이 박수와 환호로 그를 맞았지만, 다들 마음 한편으로는 같은 불안감이 있지 않았을까... 과연, 그가 연주를 할 수 있을까? ^^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는 사기꾼이 아니었다. - 사기꾼이라는 단어만 입에 올려도 누가 생각나네. 사기꾼의 대명사가 되어가는 중인 듯하다. - 연주할 자신이 있으니 그 나이에 - 1930년생이니까... 우리 나이로 79세 - 공연을 하는 것이다. 사실 관악기 연주자가 이렇게 많은 나이에 연주를 하는 것은 진짜 보기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그는 소니 롤린스이고... 처음에는 불안했다. 비틀비틀... 저러다 쓰러지는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들었..

2008년 Timer (20080116)

질렀다. 기분같아서는 더 지르고 싶었는데, 시간도 예전같지 않고 주머니사정도 예전같지 않고.. 2008년 관람예정 공연.. 언제부터였는지.. 이렇게 예매를 해두고 하나씩, 하나씩 보다보면 일년이 간다. 한 공연을 보면 다음공연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고... 그 공연을 보면 또 그 다음 공연을 기다리면 세상을 버티고... - 예약한 공연이 예년보다 적은게 조금 걱정이긴하다. 세자리아 에보라 (Cesaria Evora) 내한 공연 맨발의 월드 디바라는 수식어가 붙어있긴 하지만 실은 잘 모른다. 내가 아프리카 음악까지 속속들이 알수는 없지 않겠나.. 이런 기회에 한번 들어보는 거지.. "바다에 실려 온 햇살의 속삭임같은 노래" 영국, BBC의 평이다. 에밀 쿠스트리차 & 노 스모킹 오케스트라 (Emir Kust..

영영사랑 - 오태석 연출 (20071218)

소리극 영영사랑 - 오태석 연출 연출가, 작가, 배우.. 내가 연극을 선택할 때의 우선 순위다. 오태석님의 연극이라면 사실 아무런 고민없이 선택을 한다. 아니, 시간이 허락하는 한 보러간다고 해야 맞을 지도 모르겠다. - 실은 근래에 가장 아쉬웠던 것중에 하나가 '목화의 세익스피어'라는 이름으로 '맥베스'와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했던 것. 물론 연출은 오태석님.(아, '님'이라는 호칭이 영 어색하네. 보통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일반적인데.. 아마 그 호칭이 제대로 쓰이는 전형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말 그대로 선생스러워 선생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근래에는 개나 소나 다 선생이고, 다 사장이라..) - '로미오와 줄리엣'은 일전에 본 적이 있는데... 몇몇 장면은 진짜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