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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 임순례감독 (2008.01.09)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 임순례 감독 시사회를 통해서 영화를 봤으면 본 값을 해야한다고 생각할때가 있다. 이번이 조금은 그런 순간이기도 하다. 본지는 좀 됐는데 올리는 걸 잊고 있다가 이번 주 목요일에 개봉이라고 하니 한마디 거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 영화가 기획되고 있다고 할때 고개를 갸웃했다. 물론 아테네 올림픽뿐만 아니라 내가 봤던 올림픽 관련 게임중에 가장 감동스럽고, 가장 안타까웠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걸 왜?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한편으로 그 게임을 누구도 재생해낼수는 없다고 믿었기 때문에.. 절대 각본없는 드라마를 각본을 가지고 똑같이 만들어낼 수는 없다고.. 하지만 임순례감독이라는 소식을 듣고서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혹시, 이번에도... 라는 걱정..

색, 계(Lust, Caution) - 이안 감독 (2007.12.10)

색, 계 (Lust, Caution) - 이안 감독 이안감독이 헐리웃으로 간 이후, 와호장룡 이후 두번째로 중국어로 만든 영화인 것 같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이안감독의 중국어 영화와 영어 영화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아무래도 영어 영화를 찍을 때는 좀더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뭐, 다루는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고.. 매스컴의 보도 초점은 선정적인 방향뿐이지만 - 어쩌면 홍보 방향일지도 모르겠고 - 사실 매우, 매우 잘 만들어진 드라마다. 폭력적이던 시절, 폭력적인 사회와 사랑에 대한 은유. 어렸을 때였으면 이해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는데 이제는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 시절을 잘못 만나 엇나는 인연, 혹은 운명 같은 것을 인정할 수 없었고, 이해하기도 싫었던 때였다고 생..

애프터 미드나잇 - 다비네 페라리오 감독 (2007.12.07)

애프터 미드나잇 (Dopo Mezzanotte) - 다비데 페라리오 감독 영화박물관 경비 일을 하는 마르티노, 그 근처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아만다, 그리고 아만다의 공식적인 남자친구인 엔젤. 영화박물관 경비 일을 하는 마르티노는 영화광이고 스스로 영화를 만드는 것도 즐긴다. 어느 날인가 아만다를 보고 짝사랑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던 그에게 어느날 아만다가 뛰어들어온다. 세 사람의 삶을 개별적으로 보여주던 영화는 그 순간, 새로 시작한다. 마치 '내 삶은 두가지로 나눌수있어요. 당신을 알기전과 당신을 안 이후의 삶이요.'라는 상투적인 사랑고백처럼 말이다. 관계의 시작으로 영화가 다시 시작되는 셈이다. 영화평론가 출신인 감독답게 영화는 지난 명작들에 대한 오마주가 많다. 한여자와 두남자의 평화로운 연..

M - 이명세 감독 (2007.11.09)

M - 이명세 감독 2005년 형사의 다음 영화이긴 한데, 무척이나 오래된 느낌이다. 사실 오래된 느낌이 드는건 다른 이유가 아니라, 내가 형사를 보지 않아서인 이유가 가장 큰 것으로 생각된다. - 이명세 감독 영화 중에 유일하게 보지 않은 영화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어쩌다 보니 보지 않았다. 보고 싶긴했는데... 오랜만에 이명세 감독 영화를 보니 너무 즐겁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고... 언젠가 이명세 감독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기는 영화가 '시'라고 생각한다고.. 그래서 드라마와 달라야한다고.. 영화는 영화다워야한다고... 그런 면에서 보면 철저하게 자신의 스타일을 지키면서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몇 손가락에 꼽을 만한 감독이 아닌가 싶다. 그것이 어렵다,..

원스 once - 존 카니 감독 (2007.10.10)

원스 ONCE - 존 카니 감독 아.. 오늘 보니 포스터에 주인공들은 기타 넥 위를 걷고 있었구나.. 요즘엔 너무 무심하게 넘어가는 것들이 많은 듯하다. 음악으로 기억될 사랑의 순간이라는 카피만큼이나, 음악으로 구성이 된 영화다. 끝없이 이어지는 뮤직비디오라고 해야할까.. 두 배우는 진짜 가수들이라고 한다. 남자배우는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이고, 여자 배우는 체코. 사실 어디 출신인가만 봐도 심상치 않다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한... (지나친 선입견일지도 모르겠지만...) 대사도 많지 않고, 스토리도 단순하지만 음악이 모든걸 다 채워준다. 오히려 감성은 더욱 풍부한 느낌이 든다. 그녀의 아픈 마음도 더 정확히 알겠고.. 그의 그리움도 깊이 이해할 수 있겠고.. 영화를 보러가기전에 체코어로 '난 당신을 사랑합..

행복 - 허진호 감독 (2007.10.05)

행복 - 허진호 감독 변치 않겠다는 새빨간 거짓말! 포스터 카피를 만든 사람이 참.. 싫은 순간이었다. 허진호 감독의 이전 영화들을 보고도 저런 카피를 메인으로 쓰고 싶었을까. 뭐, 그것도 장사 되라고 넣은 거라고 한다면 할말은 없다만... 순간순간 떠오르는 기억의 단편들... 박인환(허진호감독의 영화에 나름 단골 배우다)이 그런 대사를 한다. "내가 담배를 24년 피웠다. 내가 담배를 왜 피우는 지 알아? (극중 박인환은 폐암이다.) 내가 담배를 피워서 후회도 많이 했거든.. .... 근데.. 후회 안 하려고 펴.. .... 뭔 말인지 모르겠지?" 뭔말인지 모를 사람 많을 만한 대사다. 그런데 영화가 중반으로 넘어가기 전까지도 난 이 대사에 멍해져서 되뇌고 되뇌고 했다. 후회도 많이 했는데... 후회 ..

밀양 - 이창동 감독 (2007.06.06)

밀양 - 이창동 감독 밀양... 밀양에서 영화를 찍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새삼 도시 이름이 재미나다는 생각을 했다. 뭐.. 그래서 이창동감독이 밀양이어야만 한다고 말했겠지만..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보면 기운이 쫙 빠진다. 매우 우울해지기도 하고... 나름 희망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는 하는데 그렇다고 기운이 나는 경우는 없다. 영화를 본 첫 느낌은 아주 작정을 하고 만든게 아닌가 싶었다. 외국 영화제를 겨냥해서 말이다. 주제도 외국 영화제에서 상타기 딱 좋고.. 스타일도 그렇고.. 이 감독의 영화를 보면 서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소설을 쓰던 가락이 있어서 그런지 서사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 본지 좀 오래돼서 별로 하고 싶은 말이 없다. 바로 바로 적었어야하는데...^^

천년학 - 임권택 감독 (2007.05.05)

천년학 - 임권택 감독 진짜 오랜만에 극장에 갔다. 아마 거의 일년만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시사회나 초대권이 아니고 돈을 내고 간 걸로 치면 한 2년만 일지도 모르겠다. 거의 영화를 끊고 살았다는 말이 더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닌데... 그렇게됐다. - 뭐, 이런 이야기를 하면 결론은 뻔하니까.. 임권택 감독의 영화라 아무래도 극장에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만큼의 영화였다. 하지만 몇몇 장면은 조금 갸웃하게 하던데.. 아마도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찬찬히 봐야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임감독님의 영화는 종종 그런게 있다. 그냥 심심하게 진행되는 듯 싶은데 뭔가 눈 여겨봐야만 알만한 퀴즈같은 게 숨어있는 경우가 있다. 봉준호나 박찬욱과 다른게 그런게 아닌가 싶다. - 이..

다세포 소녀 - 이재용 감독 (2007.05.01)

다세포 소녀 - 이재용 감독 아마 내 기억에서 이렇게까지 혹평을 받았던 영화도 흔치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인터넷이라는 특이성이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모 포털 영화 평점에서 다세포 소녀를 꼴찌를 만들기 위해서 그 전까지 최하 평점이던 영화의 평점이 오르는 기현상이 생기기도 했다는 소문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대략 쒸레기라는 평을 받았지만 그렇게까지 쒸레기는 아닌 것 같다. 나름 솔솔한 재미도 있고... 영화가 줄거리가 없고.. 시트콤을 연결해놓은 듯한(?) 느낌이 들지만 뭐, 나쁘지 않았다. 적응하기 어려워서 그렇지. 그런데 다세포 소녀를 악평하던 사람들은 만화는 봤을까? 만화하고 무지하게 비슷하던데... 오히려 만화하고 다르지 않은것이 좀 아쉬운 느낌이 들던데.. 어찌되었든, 만화를 ..

호로비츠를 위하여 - 권형진 감독 (2006.12.17)

호로비츠를 위하여 - 권형진 감독 피아노에 대한 열정은 있으나, 성공한(?), 충분한 재능은 가지고 있지 못했던 여선생과 천재 소년의 이야기. 꽤나 수작인 영화다.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하다. 하지만 약간 아쉬움이 있기도 하다.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다양한 관점의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는데, 하나를 제외하고는 너무 표면만을 훝고 지나간 느낌이 있다. 물론 하나의 작품에 여러 이야기를 섞어 넣기가 쉽지는 않았겠지만, 잘하면 진짜 훌륭했을텐데 좀 아쉬움이 있다. 천재의 성공담도 좋지만 그 주변인물들의 사연을 적당히 강화하는 것도 결국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풍요롭게 만들지 않았을 까 생각된다. 어찌됐든, 역시 세상을 사는 것은 '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 간에, '관계'를 갖..